점점 많은 도장들이 생활체육관으로 변해가는 시기에 굳이 전통 태권도를 내세우는 태권도장이 있다. 바로 평창동 태권도장의 터줏대감, “화랑태권도”다.
화랑태권도는 현재 250명의 수련생을 지도하고 있다. 아무리 입지조건이 좋아도 200명 이상의 수련생 수를 유지하기 힘든 곳이 태권도장인데 250명이란 수련생을 유지하는 일은 특별한 비법 없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그 흔한 아파트 단지 하나 없는 곳에서 말이다.
하지만 화랑태권도의 오경환 관장은 이 같은 상황이 되기까지 특별한 비법을 써본 적은 없다고 한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어느덧 15년 넘게 화랑태권도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는 그는, 자신이 아는 비법이라곤 오로지 학부모들의 입에 전해질 ‘실력을 갖춘 도장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오 관장의 말을 입증하듯 화랑태권도에는 그 흔장 도장 철학 현판이나 인성 교육의 문구 등의 최소한의 겉치레조차 없다. 그리고 보통 도장들이 학부모의 마음을 잡기 위해 만드는 인성교육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조차 보이질 않는다. 이쯤 되면 학부모들이 진저리치며 떠나갈 법도 한데 오히려 상담을 하기 위해 기다리기까지 한다. 다른 태권도장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직접 관원들을 지도하는 오경환 관장 |
“교육 대상은 수련생, 학부모가 아니다.”
오 관장은 “학부모와의 상담도 중요하지만, 그 시간을 수련생에게 투자하는 것이 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는 ‘인성교육 등이 주(主)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태권도를 통해서 얻은 땀과 결실이 깊은 값어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그의 지도 목표라고 한다. 그만큼 전통 태권도의 의미를 중시하는 오 관장은 “도장에 태권도만의 색이 사라진다면 태권도 뿌리가 없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며 “태권도 도장은 태권도 도장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기에 오 관장은 이러한 도장 철학을 바탕으로 만든 프로그램, ‘사다리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사다리 교육이란, 유급자, 유품(단)자 모두 급 체계를 나눠 수준별로 급수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급수부여는 수련생이 자신의 급에서 완벽하게 이해를 해야 다음 급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의 ‘사다리 교육법’은 영어, 수학에서 수준별을 나눠 수업하듯, 태권도에도 아이들이 수준별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수련생이 1년, 2년 걸리는 수련기간 동안 성장하는 모습을 직접 급수를 통해 살필 수 있고 성취감까지 부여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화랑태권도 도장의 간판 '화랑시범단' |
“화랑시범단”
전통 태권도를 중시하는 화랑태권도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것은, 바로 “시범단”이다. 오 관장은 2013년 화랑시범단 1기를 창단하고 매주 토요일에 시범단 수련 시간을 따로 마련해왔다. 화랑시범단은 과거 서울시시립관현악단과 협약을 맺어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선보인바 있다. 그 후로 2-3개월 이후 단독 공연을 올리며 다음 해에도 크라운 해태제과 창신재단 공연에 초청받아 성황리에 무대를 마쳤다. 그 후로 지금까지도 외부 대회 등에 참여하며 수상까지 이뤄내는 등 실력을 보였다.
이런 화랑시범단은 같은 수련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시범단 수련이 고됨에도 매년 시범단 입단을 희망하는 수련생이 많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더욱이 까다로운 시험을 통해 태권도에 가진 특기와 재능이 없다면 입단하기 힘들기 때문에 더욱 가치를 지닌다.
이런 시범단 활동에 대해 초창기 시범단 멤버로서 2년간 맏언니를 맡고 있는 오지후 수련생(18)은 “유연성 테스트 등 입단 테스트도 힘들고 입단 후 수련들도 많이 힘들었다.” 며 이어, “하지만 세종문화회관 공연 등 태권도 시범을 선보이고 나면 뿌듯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화랑시범단 학부모 회장을 맡고 있는 조윤수 학부모는 중1, 초5, 초2 아이 셋을 3년 이상 화랑태권도에 보내왔다. “주변에서 일부 도장이 생활체육 지도에 많이 힘쓴다는 말을 듣고 시작했는데, 1년이 지나고 보니 화랑태권도는 생활체육보다 품새를 정확하게 지도한다는 점이 좋았다”며 “어쩌면 당연한 부분일지 모르는 부분이 화랑체육관만의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시범단 활동을 하게 되며 아이들이 눈에 띄게 모든 일에 자신감이 붙고 사회성이 향상된 모습을 느꼈다고 한다. 그런 모습에 힘입어 국제대회까지 아이들을 내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도장에 걸려있는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 오경환 관장의 상장과 자격증 |
오 관장은 뭐든지 한 가지에 열정을 붓는 성격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 때 기초체력향상에 좋은 줄넘기를 수련생에게 태권도만큼이나 중요하게 지도했을 때가 있었다고 한다. 태권도 지도만큼 열정을 붓다보니 각종 줄넘기 대회 수상을 하며 줄넘기 시범단까지 운영했을 정도라고 한다. 심지어는 줄넘기 국가대표까지 뽑히는 등 주변 학교에 체육 잘하는 도장으로 알려졌다.
이 때 성취감은 컸지만 회의감이 들었다고 오 관장은 전했다. 당시, 많은 고민 끝에 그는 자신이 원하는 도장이 체육 잘하는 도장이 아닌 ‘태권도를 잘하는 도장’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오 관장은 “앞으로도 지금의 도장 운영과 같이 주(主)가 아이들이 되며, 전통 태권도 수련과 시범단 운영에 계속 힘쓰는 도장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